18/11/2025
반: 포용
안서진 작품전
2025. 11. 20. ~ 2026. 2. 28.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품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한국 사회는 ‘모범적인 삶’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이 길에서 벗어난 이들과 이 길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또한 어떤 지위나 자격증을 성공의 잣대로 삼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쉽게 배제한다. 심지어 결혼 상대를 고를 때도 이런 분위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퍼져있다. 나 또한 이런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수준이란 것이 무엇인지, 또 나의 수준을 누가 정한 것인지도 잘 모른 채, 우리는 오랫동안 이 틀에 갇혀 살았다.
나는 그 모범의 길을 따라가지 못했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확실한 답이 없는 미술작가라는 길 위에서 종종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했다. 창작의 자유로움 속에서도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고, 그래서인지 자유롭게 그리고 싶으면서도 결국 성공하는 공식에 기대는 듯한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
이번 전시는 서로를 온전히 포용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결국 나조차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에 주목하고자 한다. 전시 명 에는 그런 삶의 고통과 동시에, 적어도 반쯤은 나를 품어보려는 마음을 담았다.
지금까지의 전시가 권력자나 유명 인물에게 씌워진 프레임을 초상화 안에서 드러내거나 비틀어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그 프레임을 강요받는 내 일상 속 불안과 무력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게 씌워진 프레임 안에서 느끼는 욕구와 무력감 사이, 그 진자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책꽂이, 지도, 달력, 창문처럼 평범한 일상의 사물들을 주제로 삼아 작업을 풀어나갔다. 또 새로운 시도로 수묵을 이용한 인물화에도 도전했다. 결혼과 취업을 앞두고 느꼈던 강박을 흑백의 수묵으로 표현해서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고, 반면에 주변 사물들은 강렬한 색으로 표현하여 외부의 압박감을 더 극대화했다.
이번 전시는 삼십 대를 살아가는 내가 느끼는 내적 흔들림과 갈등을, 가장 가까운 일상과 주변 사물에 빗대어 풀어보려는 시도다. 온전히 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부분이라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한 개인의 기록이다.
_ 작가 노트 중에서
안서진 AHN SEOJIN 安敍鎭
[email protected]
Instagram: .firm.faith
2025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동양화전공 박사 수료
2022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2016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전공 학사
개인전
2024 Wake Me Up, 학고재 아트센터, 서울
2021 전통 초상화로 만나는 12인의 대통령, 청남대(靑南臺)
2018 Before The Summer Ends, Kärsämäki, 핀란드
그룹전
2025 어느 화가가 어느 시인에게 쓴 편지 (한벽원미술관, 서울) / 2024 별거 아닌 척 (서울대학교 우석갤러리, 서울) / 2024 CHUNMAN ART for YOUNG (삼천리본사, 서울) / 2023 아트랩호수 (문화실험공간 호수, 서울) / 2022 슈퍼올드쇼 (대림창고, 서울) / 2022 화사한 날 (마루아트센터, 서울) / 2021 어버이 (대안공간 기묘, 서울) / 2020 도화서 화원들의 B급 전시 (인사아트센터, 서울) / 2018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청년작가공모전 수상작가 전 (SETEC, 서울) / 2016 조선 궁궐을 거닐다, (주 필리핀한국문화원, 마닐라) / 2016 창경궁을 보듬다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 서울) 외 다수
레지던시
2018 핀란드 Frosterus 레지던시 입주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