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2026
What Remains After Us
곽은지, 백하, 우이진
2026년 2월 25일(수) - 3월 29일(일)
에서 회화는 형상화할 수 없는 내면의 파동과 비가시적인 시간의 흐름을 붙잡아두는 물질적 장치로 기능한다. 본 전시는 곽은지, 백하, 우이진 3인의 시선을 통해, 사건과 감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존재의 질감’과 ‘잔여’의 상태–완결 이후에도 남아 미세하게 작동하는 감각과 에너지–를 탐구한다. 세 작가에게 캔버스는 고정된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이자 외부 세계와 자아가 충돌하며 빚어낸 미학적 잔류물의 집합체이며, 물질과 비물질, 감정과 구조, 개인적 경험과 보편적 감각 사이를 가로지르며, 존재 이후에 남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는 장이다.
곽은지의 작업은 ‘균형’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가 다루는 균형은 안정된 중심이나 완결된 조화가 아닌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으로, 붓의 압력과 물감의 밀도, 화면 위에서 발생하는 저항과 흐름이 교차하며 형성되는 ‘진행 중인 사건’에 가깝다. 그래픽 악보의 개념에서 출발한 그의 화면은 고정된 도상이 아니라 리듬과 간격, 밀도와 여백이 구성하는 관계 속에서 구축된다. 층층이 중첩된 레이어는 단순한 색면이 아닐, 신체의 움직임이 남긴 시간의 단위이며, 물질로 변화된 감각의 기록이다. 특히 작가의 최근 빛과 밤이라는 비가시적 현상을 다루는 작업은 실체로 고정되거나 포작하기 어려운 비물질적 현상을 물질적 표면 위로 번역하려는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 균형은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계속해서 흔들리고 재조정되는 에너지의 순환으로 드러나며, 그의 작업이 남기는 것은 형상이 아니라, 형상이 생성되고 해체되는 사이에서 요동치는 시간의 잔류이다.
백하는 작업을 통해 감정의 생존 전략을 탐색하며 불확실한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그에게 회화는 불확실한 현실을 견디기 위한 사유의 구조이자 심리적 방어기제이며, 그의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파란색은 단순한 색채의 선택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감정의 층위이다. 파란색은 과거의 불편함과 억압의 기억이 남긴 잔상인 동시에,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는 심리적 보호막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특정 사건의 서사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그것이 남긴 감정의 궤적을 역추적하며 화면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화면은 상처를 박제하는게 아니라, 그것을 재맥락화하고 새로운 의미로 전환하는 장이 된다. 억압의 순간에서 벗어나려는 상상은 캔버스 위에서 푸른 빛의 층위로 치환되며,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그 너머를 지향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의 작업에서 남는 것은 사건의 기억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감당하고 다시 살아내려는 실존적 의지이다.
우이진은 삼정의 잔상을 구조화하여 내면의 다층성을 시각화한다. 숲, 밤, 우주, 별자리와 같은 모티프는 특정한 서사를 재현하는 상징적 도상이기보다, 감정이 작동하는 층위와 밀도를 드러내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획’은 신체의 시간성을 기록하는 흔적이며, ‘도식’은 세계를 조직하려는 인식의 구조로서 화면 위에서 팽팽한 긴장을 형성한다. 이는 감각의 유동성과 구조의 질서를 병치함으로써 그의 감정이 장식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경계한다. 특히 분채를 쌓아 올린 물질적 깊이와 알루미늄 배경의 반사성은 작품을 단일한 이미지로 고정시키지 않고, 관람자의 위치와 광원에 따라 반응하며, 하나의 장면이 아닌 ‘발생하는 사건’으로 작동한다. 그의 회화는 작가의 내부 우주에서 발신된 신호가 관객의 시선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일시적 접속의 장이며, 그 신호가 타인의 내면과 연결되어 서로 다른 내부의 우주가 교차하는 순간의 진동이다.
는 남겨진 것들을 수집하거나 애도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것들이 여전히 현재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며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지 목격하는 전시이다.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단순한 흔적이 아닐, 또 다른 시작의 조건이 남는다는 것을 전제로, 는 그러한 조건을 발견하고 감각하게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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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 #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