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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곶자왈을 빗대어 내면의 모습을 그리는 김산 작가의 마음의 풍경-노자는 말한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04/06/2025

-제주도 곶자왈을 빗대어 내면의 모습을 그리는 김산 작가의 마음의 풍경-

노자는 말한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노자 25장)

노자는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법칙을 도(道)라고 명명하는데, 우주가 움직이는 길인 것이다. 인간은 땅에 의지하고, 땅은 하늘이 내려주는 빛과 물에 의지하며, 하늘은 도의 움직임에 따라 운행한다. 도의 원리는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이므로 자연(自然)이라고 한다.

도의 형이상학적 원리가 자연임과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도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자연이다. 사람과 땅과 하늘과 자연은 도라는 법칙에 따라 상생하고 순환한다.

제주에는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던 본향(本鄕)이 있었다. 본향은 인간의 태생에 대한 근본 물음을 던지는 대상이며, 인간의 삶의 본질과 염원을 아우르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게 하는 매개체이다.

자연과 인간의 시간은 삶과 죽음을 가르쳐 주었다. 생성과 소멸의 미학적 느낌은 나의 풍경으로 새롭게 되살아난다. 자연을 바라보는 내 의식 속에는 본향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 노트 중에서)

제주 태생의 김산 작가는 제주 곳곳에 존재하는 원시림의 형태인 곶자왈을 그린다. 작가는 늘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제주의 숲에 본향(本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본향은 노자의 말처럼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자연의 품성이고, 인간의 순수한 근본을 상징한다.

곶자왈 속에 들어가면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빼곡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느낌을 받는 것처럼, 캔버스 전체를 다양한 나무와 풀들로 채운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색감에 주목한다. 동이 트는 이른 새벽이나 해가 저물면서 보여주는 자연의 색을 푸른색으로 표현하고, 해가 중천에 떴을 때의 자연은 쨍한 노란색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순수한 마음의 고향인 곶자왈에 색의 농담으로 강약을 표현해서 신비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노란색 작품은 자연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고, 푸른색 작품은 자연의 차분함을 주는 동시에 인간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적 사유를 유발한다. 작가에게 본향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내적 의식의 표출이고, 자연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백록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자신을 흰 사슴으로 대입하여 자연의 숲에 등장시킨다. 프랑스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인간의 순수한 본성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는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연이 주는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회복시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하고 있는 순수성의 장소인 본향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나는 주로 숲을 그린다. 숲은 내 마음 안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장소이고, 초현실적 풍경이다. 나의 그림에서 자연의 파괴는 추함(醜)이며, 원래의 자연은 아름다움이 된다. 영원한 것은 오로지 자연일 수밖에 없다. (작가 노트 중에서)
2025.06.04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Candy Coated Dream: Sweet Nostalgia인간은 눈으로 본 사물을 기억하는 시각기억을 갖고 있다. 황정빈 작가는 유년시절 즐겨 먹었던 시리얼과 쿠키라는 사물을 통해서,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한다...
16/05/2025

Candy Coated Dream: Sweet Nostalgia

인간은 눈으로 본 사물을 기억하는 시각기억을 갖고 있다. 황정빈 작가는 유년시절 즐겨 먹었던 시리얼과 쿠키라는 사물을 통해서,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한다. 작가는 과자 포장지 외면에 자신의 반려동물인 친칠라를 그려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을 자유로운 예술로 담아내려고 한다.

자신의 자아를 상징하는 친칠라를 통해서, 동물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작가는 포장 상자를 의도적으로 훼손함으로써, 정형화된 예술을 지양하고, 자유로운 예술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동물의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동심의 시각으로 어른들의 세상을 해석하려는 것이다.

전시 제목인 노스탤지어(Nostalgia)는 귀향(歸鄕)을 뜻하는 그리스어 Nostos와 고통을 뜻하는 Algos가 결합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통을 의미한다. 작가는 노스탤지어 앞에 스위트(Sweet)라는 단어를 붙여서 고통이 결여된 달콤한 그리움,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순간의 기억만을 되살리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작가의 의도는 과거의 달콤한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현재의 달달한 꿈이다. 튀지 않는 색감에 유쾌한 상상력을 가미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빠지는 행복한 미소를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과 가까운 예술을 하고 싶다. 지나쳐버리는 소박한 아름다운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형성하려 한다. 상상하는 감각을 잃어버린 세상 속에서, 소중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 관람자가 자신을 대입해 작품을 해석하고,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서, 관람자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작품을 그리려 한다. (작가 노트 중에서)
2025.05.16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선의 미학을 추구하는 용환천 작가의 우연의 계측-원인을 가지고 결과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우연 혹은 행운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인생을 살면서 뜻밖에 생기는 일들은 우연일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01/05/2025

-선의 미학을 추구하는 용환천 작가의 우연의 계측-

원인을 가지고 결과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우연 혹은 행운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인생을 살면서 뜻밖에 생기는 일들은 우연일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 우리는 계획 없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일을 우연이라고 부른다. 우연하게 누군가를 만나고, 우연하게 사건이 발생한다. 원인은 모르고, 결과만 남는다. 우연이란 좋은 결과를 낳으면 운이 좋았다고 하고, 나쁜 결과를 낳으면 마가 씌웠다고 한다.

용환천 작가의 전시 제목은 우연의 계측이다. 우연의 결과를 미리 계산해서 결과를 예측한다는 의미이다. 작품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다. 작가는 캔버스라는 세계에 반복되는 선을 긋는다. 선과 선들이 만나서 면이 형성되고, 면과 면이 만나서 공간이 만들어진다. 우연히 그어진 선들이 만들어내는 형상은 작가가 계측했던 결과물이겠지만, 때로는 예측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의 모습이 부산물처럼 생성되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는 이러한 부산물일지 모른다.

작가는 선을 출발점으로 삼아 세 종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첫 번째는 선으로만 구성하여 제작된 도형들의 집합체이다. 사선으로 무수한 선을 그리면서 완성된 형태는 직사각형, 마름모, 삼각형 등의 도형들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하모니이다. 단순한 선 긋기가 아니고, 계측된 선 긋기로 완성한 형상이지만, 작가도 예측하지 못한 우연적 결과물의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는 선으로 건물 내부를 묘사하고, 작은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과 굴뚝으로 이루어진 형태이다. 수많은 선들로 계단의 형태를 완성하여 입체감을 강조하고, 푸른 하늘과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굴뚝이 보인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정지된 굴뚝이다. 굴뚝은 작가 자신의 고독한 마음의 상징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관람자에게는 희망에 대한 기대감과 따뜻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선의 사용을 극도로 절제하고 회색을 사용하여 그려진 콘크리트 벽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실내는 콘크리트 벽이 주는 도시의 외로움을 담아내려고 한 것인지 모른다. 작가는 선의 채움과 비움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속에서 절제된 선들이 우연적으로 표현해 내는 선의 미학을 보여주려고 한다. 선의 미학의 진화가 궁금해진다. 2025. 05.01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용환천 Hwancheon Yong Solo Exhibition Morphometry of Coincidence 2025.04.23-05.0811:00-18:00용환천 작가의 개인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
24/04/2025

용환천 Hwancheon Yong Solo Exhibition
Morphometry of Coincidence
2025.04.23-05.08
11:00-18:00
용환천 작가의 개인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숲을 그리는 최현희 작가의 기억의 흐름-만일 모든 인간이 동시에 기억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류는 지구상에서 짧은 시간 내에 소멸하게 될지 모른다. 인류는 기억을 통해서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
02/04/2025

-숲을 그리는 최현희 작가의 기억의 흐름-

만일 모든 인간이 동시에 기억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류는 지구상에서 짧은 시간 내에 소멸하게 될지 모른다. 인류는 기억을 통해서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학습해왔고, 새로이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면서 발전해 왔다. 따라서 기억은 인간 존재의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다.

기억이 없다면 하루하루가 매일 똑같이 느껴질 것이다. 과거는 없고, 현재의 순간만 있게 된다. 슬픈 기억이 없을 테니, 오히려 행복지수는 높아질까? 기억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의식 작용이다. 일상에서 경험하고 체험하는 모든 것들은 기억으로 저장된다.

기억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잊어버린 기억과 잃어버린 기억. 기억의 흐름 속에서 잊힌 기억은 잠재의식 속에 가라앉은 기억이라서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기억이고, 잃어버린 기억은 완전히 사라진 기억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겨지는 기억과 사라지는 기억이 존재한다.

최현희 작가는 의식 속에 흐르는 기억을 사계절이 변하는 숲에 비유한다. 숲은 과거나 현재나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숲 안에서 수많은 나무나 꽃들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작가의 기억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숲은 작가 자신이고, 숲을 이루고 있는 녹색 이파리들은 작가 자신의 수많은 기억들이다. 작가는 지나간 기억을 회상하며, 녹색 이파리 하나하나를 찍어나간다. 수많은 이파리들이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룬다. 최근의 기억은 짙은 색으로 오래된 기억은 옅은 색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수많은 이파리들로 이루어진 숲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실체이다. 작가는 기억이 흐른다고 표현한다. 기억이 흐르면서 과거의 기억이 회상되기도 하고, 새로운 기억과 결합해서 또 다른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현재의 나는 기억들로 조합된 기억의 총합인지 모른다. 살아가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고, 경험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은 녹색 숲을 중심으로 푸른색 또는 녹색의 하늘, 흰색으로 표현된 땅, 기억을 되살려주는 상징으로 램프나 촛불, 그 외에 시각을 사로잡는 다양한 오브제를 캔버스에 담아낸다. 전체적인 느낌은 시각적 편안함에 기반한 아스라한 숲의 형상이다. 근작에서는 고요한 숲에 희망을 담은 불씨들이 숲에 피어오른다. 마치 숲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처럼.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모든 것은 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도 흐른다. 기억이 흐르면서, 잊히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한다. 작가는 가버린 기억을 살려내서 현재의 의식을 더한다. 기억을 모티프로 해서, 현재의 생각을 가미해 작품화한다. 작품 자체는 작가 개인의 기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 공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작품이 주는 아름다움에 만족할 수도 있다. 시간은 흐른다. 기억도 흐른다. 작품만 남는다.

기억은 흐릅니다. 되살아난 과거의 기억 한 조각이 또 다른 조각과 결합해, 잃어버렸던 기억을 채우기도 합니다. 흐르고 모인 기억들이 현재의 '나'입니다. 나는 수많은 기억을 모아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자연의 흐름에 따라 생성과 소멸의 세상, 숲을 살아나갑니다. 각자 삶의 무게와 본연의 빛을 발하며. (작가 노트 중에서)

PS: 바로 직전의 전시 주제가 기억과 상상이었고, 현재의 전시는 기억의 흐름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기억을 주제로 두 개의 전시가 연이어 열리게 되었다. 작가들에게 기억은 작품에 영감을 주는 주요한 요소인 것 같다. 기억과 상상에서 기억은 과거이고, 상상은 미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기억의 흐름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억의 흐름을 현재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기억을 대하는 두 작가의 각기 다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2025.04.02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양민희 Minhee Yang 개인전감정의 조각2025.02.05-02.2211:00-18:00 일월 휴관아트스페이스 에이치-그리움과 외로움을 그리는 양민희 작가의 감정의 조각-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양민희 작가는 제주...
12/02/2025

양민희 Minhee Yang 개인전
감정의 조각
2025.02.05-02.22
11:00-18:00 일월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그리움과 외로움을 그리는 양민희 작가의 감정의 조각-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양민희 작가는 제주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낸 제주도 특유의 거친 바위섬을 그린다. 파도와 비바람을 견디며 말없이 묵묵히 존재하는 바위의 형상은 힘들고 지친 현대인의 자화상을 지칭하는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바위섬은 고독한 작가의 내면이고, 거친 바다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이며, 하늘 위 둥근달은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다.

전시 제목인 감정의 조각은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글자 그대로 감정의 파편을 뜻하기도 하고, 표현기법 관점에서 소조를 지칭하기도 한다. 조각적 회화라고 이름붙인 작가의 작업은 평면 회화에 오브제 방식을 도입하여, 나이프로 부조 작업을 하듯 반복적으로 쌓고 덜어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슬픔, 그리움, 환희, 고독 같은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바다, 바위, 달과 같은 자연 풍경에 대입하여,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세계를 은유적 화법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작가는 한 작품에 하나의 색만을 주로 사용한다. 감정의 온도에 따라서 치유를 상징하는 밝고 가벼운 색부터 그리움과 고독을 상징하는 깊이 있는 무거운 색까지 순간의 감정을 캔버스에 그대로 담아낸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밝은 색으로 감정을 묘사하고,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치는 날의 감정은 어두운 색으로 드러낸다. 바위섬에 입혀진 다양한 색상들은 감정 그자체이다

동양화의 여백이 주는 느낌을 살려, 작품 속 바다는 푸른색이 아닌 흰색 또는 검은 색으로 묘사하고, 바위는 검정색, 붉은색, 갈색, 녹색, 보라색 등 그날의 감정에 따라 색이 결정된다. 제주도 바위의 질감을 묘사하기위해, 아크릴 물감을 겹으로 쌓아올린다. 바위 먼 저편에 둥근달을 배치하여 자연스럽게 하늘의 존재도 보여준다.

불교에서 말하는 여덟 가지 괴로움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이다(愛別離苦). 작가는 헤어짐의 괴로움을 작업을 통해 스스로 치유한다. 작가의 작업은 서양의 재료를 사용하지만, 한국인의 따뜻한 감성과 한국화의 여백의 미를 캔버스에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서양화와 한국화, 회화와 조각의 구분이 이제는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작업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친 삶을 살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달이 떠 있다. 둥근달의 모습은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고, 은은한 달빛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그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느낀다. 우리에게는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오지 않는 사람. 한 공간에 존재했지만, 이제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만 만날 수 있는 마음속에 뜬 달과 같은 사람. (작가 노트 중에서) 2025.02.12.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행복했던 순간의 이미지를 중첩해서 그리는 김주희 작가의 화양연화(2024.10.29-11.09)화양연화는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 인생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이미지로 ...
29/10/2024

행복했던 순간의 이미지를 중첩해서 그리는 김주희 작가의 화양연화(2024.10.29-11.09)

화양연화는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 인생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이미지로 소환해서, 현존하는 공간의 이미지와 기억 속 이미지를 조화롭게 공존시킨다. 희미한 기억 속 이미지와 생생한 현실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기억으로 저장한다. 인생이란 시공간에서 오감을 통해 뇌가 반응하는 순간순간의 무수한 자극들의 기억으로 이루어졌는지 모른다. 즐거운 자극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고, 괴로운 자극은 나쁜 기억으로 저장된다. 삶의 끝에는 기억만이 남는 것이다. 작가는 다양한 기억 중에서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만을 작품으로 저장한다. 우리는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행복하게 느끼는지 모른다.

작가는 방문했던 장소를 사진에 담고, 기억 속에 저장한다. 작업의 방식으로 과거의 사진 속 이미지와 현재의 기억 속 이미지를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공간에 두 개의 시간 속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것이다. 사진 속 이미지는 형태로 담고, 기억 속 이미지는 색감으로 담아낸다. 작가에게 시간의 중첩은 시간의 연속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공간의 중첩은 대상물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에 대한 욕망의 표출이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지만, 그림 속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밝게 빛난다. 중첩이란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순간들의 겹침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신승훈 개인전 Seunghun Shin's Solo Exhibition전시제목: Chunja's Multiverse Story전시기간: 2024.10.09-10.26 일월 휴관 11:00-18:00신승훈 작가는 제주...
10/10/2024

신승훈 개인전 Seunghun Shin's Solo Exhibition
전시제목: Chunja's Multiverse Story
전시기간: 2024.10.09-10.26 일월 휴관 11:00-18:00

신승훈 작가는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국립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 미술을 공부하였고, 일본 도쿄에서 7년을 머물면서 디자인 아트 전문학교인 동양미술학교에서 일본의 팝아트를 습득하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공부하면서, 한국 미술의 단아함과 일본 미술 특유의 만화적 감성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 팝아트를 완성하였다. 작품 속 주인공인 춘자는 제주도에서 해녀의 삶을 살고 있는 모친을 존경하는 차원에서 모친의 실명을 사용하였고, 다중 우주 속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춘자가 다양한 우주 세계와 제주도 자연을 여행하고 탐험하는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춘자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일깨워주려고 동심의 세계로의 여행을 작품에 담아낸다.

춘자라는 캐릭터가 멀티버스 세상 속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들을 캔버스에 담아보려 시도하였고, 재료 연구에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였다.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기법들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 동·서양적인 수묵과 서양의 팝아트를 나만의 작업 방식으로 표현하여 작품으로 완성하였다. (작가 노트 중에서)

2024 키아프 서울에 관한 단상2024 키아프 서울이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수요일 VIP 관람 시작 때부터 일요일 끝나는 시간까지 컬렉터들과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11년부터 키아프에 계속...
21/09/2024

2024 키아프 서울에 관한 단상

2024 키아프 서울이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수요일 VIP 관람 시작 때부터 일요일 끝나는 시간까지 컬렉터들과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11년부터 키아프에 계속 참가해왔지만, 체감상으로 느끼는 입장객 수는 역대 최다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아트페어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상대적으로 관람객 수가 저조한 편인데, 이번 키아프는 관람객 수가 고르게 많았다.

키아프 기간에 발견한 시간대별 관람객 추이는 오전에는 프리즈로 몰리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키아프 관람을 하는 것 같았다. 참가 갤러리들 대부분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듯 보인다. 우리 갤러리는 키아프에 처음 참가하는 4명의 신예 작가들로 구성했기 때문에 판매 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최제이 작가의 발굴은 성공적이었다.

프리즈에서는 큰 손 컬렉터들이 작품을 구입하고, 키아프에서는 백만 원대부터 억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들이 판매가 된 듯하다. 누군가는 프리즈 때문에 한국 자본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한국 작가의 작품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프리즈 서울이 없었다면, 홍콩 아트 바젤에서 외국 작품을 구입했었을 것이기 때문에 프리즈 서울이 한국 미술시장에 해를 입힌다는 주장은 조금은 과장된 것일지도 모른다.

키아프 시작 전에, 협회에 제안했던 두 가지 사항이 반영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키아프 부스 배치와 동선을 구성하는 공간 디자인을 건축가한테 의뢰하자는 제안과 일요일 페어 마감 시간을 오후 5시에서 6시로 연장하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작년 키아프 때 사이드에 배치되었던 작은 부스들은 가운데에 배치된 큰 부스들로 인하여 부스가 잘 안 보였고, 일요일 오후 5시 마감은 관람객들에게 시간에 쫓겨 조급함을 느끼게 했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키아프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어서 좋았다.

부스 디자인을 매년 다른 건축가에게 의뢰하면 어떨까? 매년 새로운 느낌의 동선이 연출될 수 있어서,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유튜버의 말처럼, 내년에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부스 찾기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색이나 표식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고안하면 좋을 듯하다. 또한 전시를 보다가 쉴 수 있는 의자나 쉼터 공간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한다.

공간 디자인 관점에서 프리즈와 키아프의 차이점은 프리즈 부스들은 천장이 있는 완벽한 큐빅 형태이고, 키아프는 노출형에 흰색 벽으로 구성된 디귿자 형이다. 프리즈 부스의 첫인상은 성냥갑들로 이루어진 듯한, 마치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코엑스 천장 조명이 부스를 덮은 천장으로 인하여 빛을 투과시키지 못해서,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느낌이었고, 오픈형 키아프는 상대적으로 과하게 밝은 느낌이 들었다.

서양인들은 창의성이 좋고, 한국인들은 응용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프리즈와 3년 차였던 2024 키아프는 비평가와 문화부 기자들에게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프리즈로 인하여, 응용력이 뛰어난 우리들의 키아프가 나날이 세련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키아프가 프리즈화 되어가고 있고, 프리즈는 키아프를 닮아가며 한국 지역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키아프는 프리즈처럼, 프리즈는 키아프처럼.

갤러리의 의무는 좋은 작가를 선별하는 작가 필터링이 필수이고, 페어 주최자는 좋은 갤러리를 선택하는 갤러리 필터링이 필요하다. 키아프 심사는 매년 강화되고 있어서, 중소 화랑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갤러리 심사뿐 아니라 참여 작가 심사를 강화하여, 참가 확정된 갤러리라도 작가 교체가 필요할 시에는 참가 조건으로 일부 작가 교체까지도 심사에 적용하면 좋을 듯하다.

미술시장이 활황일 때는 유쾌하고 재밌는 팝아트가 관심을 받는다면, 시장이 가라앉았을 때는 좀 더 진지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키아프에서는 작품의 다양성과 신선함이 엿보였고, 가벼운 작품들보다는 작가의 사유가 잘 표현된 작품들이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앞으로 2년 남은 프리즈와의 계약기간 동안 좀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벤치마킹한다면, 키아프도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아트 페어가 되지 않을까?
2024.09.21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권도균

-순간의 장면을 기억으로 작품화하는 사윤택 작가의 Quantum Layer-진정한 예술은 창조적인 예술가의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의해 탄생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안다는 것은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13/05/2024

-순간의 장면을 기억으로 작품화하는 사윤택 작가의 Quantum Layer-

진정한 예술은 창조적인 예술가의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의해 탄생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안다는 것은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기억하지도 않고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둠을 기억하는 것이다.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양자역학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본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았다고 믿는 것을 그린다. 결국 보는 것은 믿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믿는 것을 보는 것이다. (김상욱의 물리 공부, 경향신문)

​양자역학의 이론에 근거하여, 사윤택 작가는 진정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서 출발하여, 이미지와 색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기억이라는 주제로 시각적 자유로움 속에서 작업을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작업적 탐구를 추구한다.

전시 제목은 퀀텀 레이어(quantum layer)이다. 퀀텀은 양자라는 뜻으로 물리학에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이고, 레이어의 뜻은 층이다. 작가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광양자설에 관심을 갖고, 물리학의 원리를 작품에 반영하려고 시도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빛은 관측하고 있지 않을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지만, 관측하면 입자처럼 행동한다. 또한 양자의 불확정성 원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양자의 특성은 입자, 중첩, 얽힘으로 요약된다.

작가는 빛바랜 사진을 보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과거에 일어났던 하나의 장면에 현재의 기억을 대입하여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사진이라는 매개체가 기억의 연상 작용을 도와준다. 사진이 실재하는 순간의 장면을 이미지화 한 것이라면, 작가의 작품은 순간의 장면에 기억이라는 필터를 통해 나온 가상의 이미지를 작품화 한 것이다. 기억을 그리는 게 아니라, 기억에 관한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다.

작가가 접했던 다양한 순간 중 한 장면을 기억과 감정의 편집을 거쳐 작품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눈으로 본 장면일 수도 있고,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매개체를 통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확실해지는 기억의 변형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을, 작가는 여러 겹의 물감을 쌓아 올려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은 한 순간의 장면에 관한 기억이 주는 불확실한 느낌 위에, 반복해서 쌓아 올린 물감의 레이어에서 도출되는 비의도적 결과물이다. 럭비공의 불규칙한 바운딩처럼, 작가도 자신의 작품이 어떤 결과물로 완성될지 백 퍼센트 예측하지 못한다. 작가는 어쩌면 이러한 결과를 의도하는지 모른다. 불확실성에 근거한 불명확한 기억의 축적물이 물감의 축적으로 비유된다.

양자의 세계에는 여러 상태가 동시에 겹쳐진 채로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을 중첩이라고 한다. 양자의 특성인 중첩처럼, 작가는 작품 속 골퍼의 정면과 측면의 얼굴을 동시에 그리기도 하고, 작업실의 안과 밖의 공간을 하나의 캔버스 안에 중첩시키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의 세계를 눈에 보이는 캔버스에 옮기는 과정에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인 묘사를 하면서,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어선다.

작품의 제목에는 기억이라는 단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어둠의 기억, 비스듬히 내리는 빛의 기억, 스치듯이 마주한 작업실의 안과 밖의 기억, 산책하던 지인이 보내준 사진과 기억, 원형 트랙의 기억, 찰랑이던 여수 바다의 기억, TV 속 장면의 기억 등이 있다. 기억 이미지를 밝게 담으려고 할 때는 과슈를 사용하고, 기억에 무게감을 담으려고 할 때는 유화나 아크릴을 사용하는데, 매끄러운 표면을 지양하고 거친 표면을 유지한다. 중첩된 물감으로 인하여 색감에서 우러나오는 중후함과 깊이감이 특징이다. 작가의 기억에 관한 탐구가 어디까지 진화 발전하여, 어떤 형태의 작품으로 도출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2024. 05. 13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권도균

자연의 색을 찾는 장수빈 조각가의 My Garden Diary (Own Color)미디어젠 주최: 장수빈 초대전기획: 아트스페이스 에이치전시 제목: My Garden Diary (Own Color)전시장소: 서울특별...
08/05/2024

자연의 색을 찾는 장수빈 조각가의 My Garden Diary (Own Color)

미디어젠 주최: 장수빈 초대전
기획: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전시 제목: My Garden Diary (Own Color)
전시장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 중앙 12로 31 미디어젠 R&D 센터, 미디어젠 아트스페이스
전시 기간: 2024년 05월 08일부터 06월 06일까지

​나는 작가로서 나만의 색깔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에게 조각하는 일은 나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의 작업은 재배하고 있는 텃밭 작물들의 색감을 통해서, 자연이 주는 뚜렷하고 명확한 색을 작품에 담으려는 시도이다.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색만으로도 과일과 채소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색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다채로운 수백수천 가지 색깔 속에서 자신을 닮은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 노트 중에서)

왜 호박은 노랗고, 딸기는 붉을까? 장수빈 작가는 채소와 과일의 형상은 달라도 색깔이 모두 똑같다면, 시각적으로 얼마나 단조롭고 답답할까 같은 의문에서 출발하여, 자연이 보여주는 천연의 색을 탐구한다. 조각가에게는 일반적으로 형상이 주가 되지만, 작가는 형상을 배경으로 삼아 색감에 집중한다. 색감만으로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주는 색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인간의 눈에는 각자 좋아하는 색이 있을지 몰라도, 자연에게 만물은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동등한 존재일 뿐이다. 작가는 인간의 시각으로 분별하는 차별성을 버리고, 자연이 주는 모든 형상과 색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과수원 집 딸로서 어릴 적부터 과일과 익숙한 작가는 자신의 텃밭에서 일군 과일과 채소에서 아름다운 색을 만나고, 무심하게 잘린 모난 과일 조각에서 조형적인 멋스러움을 발견한다.

작가는 채소와 과일의 기본 형태를 제작하고, 작품 중앙에 한 번의 붓 터치 느낌으로 표현한 형상에 색을 입혀서, 색을 통해 과일이나 채소를 연상시키도록 유도한다. 과일이나 채소의 메인 색감은 자극적이지 않은 파스텔톤의 색으로 담아내고, 붓 터치 형상에 쓰이는 색은 원색의 느낌으로 시각적 포인트를 준다. 조형적 관점에서 과일과 채소의 형상은 최대한 미니멀하게 만든 듯 보인다.

고려 시대의 예술은 귀족 문화를 대변하듯 장엄함과 화려함을 추구했다면, 조선시대는 서민 문화를 바탕으로 소박하고 투박한 것에 미적 감각을 발현하여 질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작가가 추구하는 미적 가치는 조선시대 미술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듯하다. 과일과 채소의 형상에 밋밋한 색을 입힘으로써, 형상이 주는 느낌은 조선시대 백자처럼 시각적 화려함이 없어 보인다.

작가는 자연이 선사하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형상과 색감을 작품에 투사한다. 작품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파인 다이닝에서 의도적으로 멋스럽게 모양을 낸 장식적 음식이 아닌, 골목식당에서 나오는 아무렇게나 나열된 서민 음식의 형태를 추구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작가는 너무 평범해서 무심코 지나치는 채소나 과일에서 미적인 요소를 발견해서, 정제된 멋스러움 대신 자연 그대로의 멋을 가미하여 작품화한 듯 보인다. 자연의 멋을 자연의 색감에서 찾아서, 인공적으로 정제된 미를 배제하고, 무기교의 기교를 통해서, 투박하지만 수수한 아름다운 형상에 자연의 색을 입혀 작품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예술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누구나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2024. 05. 08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권도균

의식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이예기 작가 (2024.04.12.-04.27)우리들의 체내의 깊은 마음속에는 어떤 강력한 힘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하는 마음과는 별개의 것으로, 끊임없이 활동을 계속하여, 사고와 감정...
19/04/2024

의식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이예기 작가 (2024.04.12.-04.27)
우리들의 체내의 깊은 마음속에는 어떤 강력한 힘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하는 마음과는 별개의 것으로, 끊임없이 활동을 계속하여, 사고와 감정과 행동의 근원이 되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발견하여, 무의식이 인간의 욕망의 근원 중 하나라고 정의한다. 의식의 자각을 연구하는 이예기 작가의 전시 제목은 '마치 현실이 존재하는 것'처럼이다. 현실의 사전적 의미는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이다. 따라서 현실이라는 단어와 존재하는이라는 문구는 동어반복적이다. 어법적으로는 현실로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상하는 것이 현실로 존재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보편적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메타버스를 현실과 동일시하여, 가상의 메타버스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철학적 관점에서, 현실이 존재한다는 의미는 플라톤의 이데아가 현상이라고 간주되는 현실 속에서 현상이 아닌 본질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데아를 캔버스 안에 표현하려고 시도한 것일까? 빌딩 건물이 현상이라면, 건물을 지을 때 구상한 설계도는 본질이기 때문에 본질을 시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한발 더 나아가 시각화 한 본질이 현실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작가 노트를 근거로 추론해 보면, 작가는 의식의 지향성을 추구하는 현상학적 미학을 이론적 배경으로 삼아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그와 일치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처럼 추정된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의식 세계를 시각화하고 싶어 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상이해 보이는 세 종류의 이미지들은 얼핏 상호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형상은 오직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달마시안 강아지뿐이다.

세 종류의 작품 시리즈 제목은 섬 시리즈, 새로운 지점, 나무 시리즈이다. 작가는 섬 시리즈는 최초로 나의 의식의 윤곽, 새로운 지점은 지각의 지각, 나무 시리즈는 최선의 접근이라고 정의한다. 작가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찰자를 넘어서, 자신의 의식도 관찰의 대상으로 파악하여 세계와 자아의 상호관계성을 분석하고자 하는 관점이다.

작가의 견해와는 별개로, 개인적 관점에서 세 종류의 이질적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언급하는 의식, 전의식(잠재의식), 무의식으로 구성된 의식세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섬 시리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섬과 심연의 바다는 사회와 격리되어 무인도에 머무는 작가의 무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수많은 작은 파라솔들로 이루어진 해변가 건너편 무인도에 고립된 섬은 작가 무의식의 표출이다. 어쩌면 하루 종일 혼자 작업하는 작업실이 무의식 속 섬이고, 무수한 파라솔은 세상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지점이라는 작품은 작가의 잠재의식이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잠재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의식이다. 밝은 부분은 의식이고, 통로 끝의 어두운 부분은 무의식이다. 작가는 자신을 의인화한 달마시안 강아지의 시선을 통해서, 격리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무의식과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자의식을 연결해 주는 잠재의식을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의 이미지로 연출한다.

프로이트는 욕망이 무의식의 산물이며, 행동의 주요 동기라고 말한다. 행복 나무 시리즈 작품은 작가의 의식 배후에 감춰진 행복을 추구하는 욕망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느껴진다. 석사 논문에 상응하는 예술성이 깃든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 욕망과 상업적인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 이 두 가지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작품이 과일들로 풍성하게 채운 행복나무이다. 과실은 성공적인 결과, 노력에 대한 성취와 수확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무의식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서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 석사 졸업 후에도 이 세 가지 시리즈를 지속해서 발전시킬까, 아니면 하나의 테마에 집중할까? 개인적으로는 나무 시리즈에 집중해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2024. 04. 19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권도균

PS: 전시 작품에 관한 감상기를 쓸 때는 작품에 관해서, 언어로 부연 설명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는데 반해, 이번 전시 작품에 관한 감상기는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고 느끼는 대로 주관적 관점에서 쓴 감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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